기하학적 증명 문제의 요점을 파악하거나 자동차의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는 경우처럼 복잡한 유형의 학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정신활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극-반응의 연합을 지배하는 조건 형성 원리로 설명되기 힘든 이런 유형의 학습을 인지학습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의 각 요소인 통찰 학습, 인지도 그리고 관찰 학습에 대해서 알아보자
통찰 학습
통찰(insight)이란 문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독일의 심리학자 쾰러(Kohler)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통찰 학습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를 행하였다. 한 실험에서 그는 침팬지의 우리 속에 상자들과 막대를 놓고 천정에 손이 닿지 않도록 바나나를 매달아 놓았다. 이 상황에서 침팬지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해 보다가 포기하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내곤 했다. 예를 들면, 막대로 과일을 쳐서 떨어뜨리거나, 상자를 바나나 아래로 끌고 가서 받침대로 삼아 올라가서 바나나를 땄다. 쾰러는 바나나를 점점 더 높이 매달아 놓았는데, 그러자 침팬지들은 상자 위에 또 상자를 쌓아서 바나나를 따는 행동까지도 할 수 있었다. 쾰러는 이러한 수행은 특정한 반응 경향성이 기계적으로 강화되거나 약화된 결과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동물들은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보통 그 후부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유연한 수행을 계속했으며, 더 이상의 실수는 드물었다. 또한 통찰적 해결은 침팬지가 상황을 탐구하는 듯 머리와 눈만 굴리면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은 손다이크의 고양이들의 시행착오적 행동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침팬지들은 한 과제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과제에까지 전이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상자와 막대를 치워 버리면 침팬지는 작은 사다리나 책상을 끌고 와서 받침대로 사용했다. 한 침팬지는 사람을 바나나 아래에 끌고 가서 받침대로 사용하려고 하기도 했다.
인지도
사람이나 침팬지뿐만 아니라 쥐도 인지 학습을 할 수 있다. 도구적 조건형성 연구에는 문제상자나 스키너 상자 외에도 미로가 많이 사용되는데, 동물은 미로 학습시에 무엇을 배울까 조건형성 원리에 의하면 동물은 미로 속의 자극에 대해 특정하게 반응하기를 배운다. 예를 들면, T자형 미로에서 먹이가 항상 T자의 오른쪽 가지 끝에 있으면 동물은 선택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반응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효과의 법칙에 따라, 왼쪽으로 도는 반응은 강화를 받지 못하므로 약화되고 오른쪽으로 도는 반응은 강화를 받아 증강된다. 그러나 톨만(Tolman)은 이러한 견해를 부정하고 동물이 미로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인 지도, 즉 인지도를 습득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동물은 미로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지식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그의 실험을 보면, 미로에서 출발 상자에서 목표 상자까지 가는, 길이가 다른 세 가지 길 A, B, C가 있었다. 훈련 초기에 쥐들은 미로를 탐색하면서 세 길을 다 거쳐 보다가 점차로 가장 짧을 B를 선호하고, 가장 긴 C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도구적 조건형성의 용어로 말하면, 길 B로 가는 반응의 강도가 가장 강하고, 길 C로 가는 반응의 강도가 가장 약해졌다. 이제 길 B를 차단하면 길 B뿐 아니라 길 A도 막혀 버리게 되는데, 첫 시행에서는 물론 쥐들이 길 B로 가다가 막혀서 목표 상자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그다음 시행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면, 과반수의 쥐들이 가장 약한 반응, 즉 길 C로 가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동물이 인지도를 획득한다는 톨만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관찰 학습
조건형성 실험에서는 유기체가 대개 학습할 반응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배운다. 개가 먹이를 받고 침을 흘리지 않으면 CS에 대한 침 흘리는 반응이 학습될 수 없으며, 비둘기가 원반을 쪼는 반응을 하지 않으면 먹이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원반 쪼기가 학습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행동을 실제 수행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기는데, 효과의 법칙에 따르면, 예컨대 운전을 배우는 사람은 여러행동을 시행착오적으로 하면서 그중 강화받은 몇 가지 행동을 학습할 것이다. 차를 움직이는 것은 여러 반응을 해 보다가 우연히 가속페달을 밟는 반응을 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차를 정지시키는 것은 어떤지 보면 브레이크를 밟는 반응을 하기 전에 전조등을 켜거나 기어를 바꾸는 등의 엉뚱한 반응을 하면 그것이 차를 정지시키는 데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배우기도 전에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유기체가 직접 경험을 하는 대신에 다른 개체들의 반응을 보고서 학습을 하는 것을 관찰 학습 또는 대리 학습이라고 한다. 관찰 학습의 대표적인 예로서 반두라는 아동이 타인의 공격적 행동을 얼마나 잘 모방하는가를 보여 주었다.
살아가는 환경이 변화 할 때 그 변화에 대처하여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는 유기체는 생존경쟁에서 학습 능력이 우월한 유기체에게 밀려나 도태된다. 인간이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뛰어난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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