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기억은 이름 그대로 지속 시간이 짧은 기억을 말한다. 단기기억이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가 자각하는 것이 단기기억에 있는 내용일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단기기억의 3단계인 부호화와 파지, 인출, 그리고 작업기억에 대해서 여러분과 소통해보려고 한다.
부호화와 파지
단기기억에 들어오는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 절의 끝 부분에서 서술했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감각 자극 중 주의를 기울인 정보, 즉 감각저장에 있는 정보 중에서 주의를 기울인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기억에 있는 정보 중에서 단기기억으로 인출된 정보다. 그 특징으로는 첫째, 단기기억은 지속 시간이 짧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숫자나 단어를 들려주고 나서 시간을 달리해 가며 조금 전에 들은 단어나 숫자를 말하게 하면 단기기억의 지속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정은 약간 복잡하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를 자꾸 되뇌기 작업을 하면, 그 정보는 계속 단기기억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좀 전에 들은 단어를 기억하는 것 외에 다른 할 일이 없다면 기억해야 할 단어를 계속해서 되뇔 것이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정확한 지속 시간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브라운, 피터슨과 피터슨은 삽입 과제를 사용해서 단기기억의 지속 시간을 알아보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기억해야 할 철자를 세 개 들려주거나 보여 주고 나서 이 철자를 되뇌지 못하게 하려고, 다른 숫자를 불러 주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다른 과제를 주었으며, 이 과정을 지속할수록 기억의 지속이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단기기억의 지속 시간을 4초 내지 6초 정도로 아주 짧게 추정하는 연구자도 있었다. 단기기억의 또 다른 주요 특징은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기억할 때 어떤 단위로 부호화하느냐에 따라 절대 개수는 달라지지만, 처리 단위로 보면 비교적 일관되게 일곱 단위 정도로 그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인출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어떻게 인출이 되는 것인지 보면 일상생활에서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생각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자동적으로 인출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스턴버그(Sternburg)의 기억탐사실험은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참가자에게 기억해야 할 숫자나 숫자들을 알려 준 다음 화면에 검사 자극으로 숫자를 하나 보여주고 그 숫자가 기억해야하는 숫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하였는데, 기억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지면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에 비례해서 길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단기기억에서는 한 번에 하나씩 인출하는 계열 처리가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우리가 그 과정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어떻게 사라지게 될까?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는 다른 정보에 의해 대체된다고 보는 입장이 강한데,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단기기억은 일곱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인데, 가장 최근에 들어온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서 힘이 약한 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단기기억에 있는 정보 중에 약한 정보는 활성화 정도가 낮은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단기기억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거나 되뇌기가 되지 않는 정보가 활성화 정도가 약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기억에 있다고 해서 모두 인출되는 것은 아니다. 단기기억에 있는 다른 정보의 간섭을 받아 인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기억
최근에는 단기기억이라는 용어 대신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단기기억이라는 용어는 저장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데 반해, 작업기억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처리한다는 측면이 강조된다. 배들리 등(Baddeley)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저장과 처리가 별개하는 것을 부여 주었다. 한 실험에서는 문장과 그림이 같은지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숫자를 몇 개 기억하게 하였다. 놀랍게도 기억해야 하는 숫자의 개수는 문장 그림 판단 과제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저장 부담이 늘어도 처리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저장과 처리를 구분하는 작업기억 모형을 제안하였는데, 그는 작업기억을 중앙집행기, 음운루프, 시공간잡기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누었다. 이 중 중앙집행기를 정보의 통합이나 주의 배분과 같은 처리를 주로 담당하는 요소로 보았다. 작업기억의 나머지 두 요소인 음운루프와 시 공간잡기장은 처리보다 저장의 용도로 간주하여 각기 언어정보와 시공간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장소로 보았다. 작업기억이 정보 처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작업기억의 용량이 인지 과제의 수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는데, 데인만과 카핀터는 작업기억의 용량이 크면 글의 이해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휘트니 등은 작업기억의 용량이 크면 글이 읽는 동안 효율적인 추론을 하는 것을 보고하였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용량이 큰 사람들은 조건 추리와 같은 연역추리에서 오류를 적게 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기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는데, 결론적으로 공부에 필요한 장기기억을 배우기 위한 첫 걸음이고 이것과 다음 알아볼 장기기억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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