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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기억을 잘하는 방법

by 정찾남 2023. 10. 16.

이제까지 기억과정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기억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 지식들을 통해 기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억 향상 전략은 관련된 정보와 연결하거나 조직화하게 해서 부호화를 잘하게 하는 방법들입니다.

 

기억해야 할 항목이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큰 관련이 없고 그 항목 간에도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언어나 심상을 이용한 체제화를 이용하는 방안이 많이 권장되고 있다. 기억술로 알려진 대부분의 방법이 이에 속한다. 반면에 기억해야 할 정보 간에 나름대로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정교화와 조직화를 시도하여 부호화를 잘하게 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언어를 이용하는 체제화 방법으로는 익숙한 노래를 이용해서 첫 글자를 외우는 방법, 운율을 이용해서 기억해야 하는 항목을 조직화하는 방법 등이 널리 사용된다. 심상을 이용한 체제화 방법은 언어적 체제화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장소법(method og locii), 걸이 단어법(peg word), 핵 단어법(keyword method)이 대표적인 기억술(mnemonics)이다. 이 방법들은 기억해야 하는 단어를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장소나 걸이 단어나 핵 단어와 연합하는 심상을 형성하게 한다. 그래서 나중에 장소, 걸이 단어, 핵 단어를 인출 단서로 활용해서 기억해야 하는 단어를 인출하게 하는 방법이다. 장소법은 잘 알고 있는 건물의 부분이나 교문에서 강의실까지처럼 익숙한 이동 경로상에 있는 대상과 기억해야 할 항목을 연합한 심상을 만들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부호화하면 나중에 그 건물이나 이동 경로를 마음속에서 따라가며 그 장소가 들어있는 심상을 인출하면 기억 항목을 인출해 낼 수 있다. 걸이단어법도 기본적인 생각은 장소법과 마찬가지다. 단지 익숙한 장소나 대상 대신 익숙한 걸이 단어를 심상의 연결 도구와 인출 단서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걸이 단어법에서는 1에서 10까지의 걸이 단어를 학습한다. 이어서 기억해야 할 항목을 순서대로 걸이 단어와 연합하여 심상을 만들어 기억한다. 핵 단어법은 외국어 단어를 학습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외국어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모국어 단어를 핵 단어로 설정한 다음 외국어 단어의 뜻과 이 핵 단어를 연합한 심상을 만들어 학습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하는 것처럼 기억해야 하는 내용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정보를 조직화하고 정교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토마스와 로빈슨이 제안한 PQ4R 방법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의 골자는 목차, 요약 등을 훑어본 다음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염두해 두고 책을 읽고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그 답에 대해 평가해 보고 머릿속에서 요약해 보는 순서로 글을 읽는 것이다. 즉, 중요한 내용을 연관 짓는 정교화 처리와 조직화 처리를 요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한 번에 오랫동안 학습하는 집중 학습 대신, 몇 번에 나누어 학습하는 분산 학습을 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산 학습을 해서 효과가 있는 것을 간격 효과라고 하는데, 간격 효과는 부호화 특수성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부호화 특수성 이론에 따르면 부호화 맥락과 인출 맥락이 일치할 때 인출이 잘 된다. 따라서 다양하게 부호화하면 인출할 때의 맥락이 학습할 때의 맥락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인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부호화 다양성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분산 학습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맥락에서 부화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 부호화 다양성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학습하자마자 검사할 경우에는 분산 학습보다 집중 학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인출에 성공하느냐는 인출 단서에 달려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회상해 낸 것 중에는 인출 단서와 지식 등을 이용해서 구성해 낸 부분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효과적인 인출 단서를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 방안도 기억 증진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는 과잉학습을 하는 것도 중요한다. 에빙하우스는 단어 목록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학습 기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 목록을 더 이상 학습하지 않는 통제 조건과 학습 기준에 도달한 다음에도 그 목록을 더 학습하는 과잉 학습 조건을 시행하였는데, 과잉 학습 조건에서 기억을 더 잘 이루어졌다. 이 결과는 과잉 학습을 하는 것도 기억을 증진시키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을 학습하는 경우에는 과잉 학습의 이득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하면 왜 기억을 못 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기억을 잘하는 방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기억을 못 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적응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인데, 각 점에 대해서 알아보며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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